1993년 9월 13일 미국 백악관 마당에서 역사적인 오슬로 합의 (Oslo Accords)가 체결되었다. 이로써 지난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이래 피로 피를 씻는 비극의 역사를 계속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오슬로 합의를 통해, 처음으로 평화 공존에 합의했다.
이 역사적인 합의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중재아래,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PLO)수반 야세르 아라파트와 이스라엘 총리 이츠학 라빈이 서명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오슬로 합의는 PLO가 무력 투쟁의 기치를 높이 든 1970년대 이래 쉼 없이 대결해온 양측이 기적처럼 평화 프로세스에 합의한 것이라, 세상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오슬로 합의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설립을 인정하고, 그 대신 PLO는 테러와 무력 항쟁을 포기하며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를 인정했다. 오슬로 합의에 대한 공로로 아라파트 수반과 라빈 총리는 199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오슬로 합의는 양측의 강경파들로 부터 엄청난 비난과 음해에 시달렸다. 아라파트는 내부 반란을 잘 넘겼지만 라빈 총리는 내부의 반대파들에 의해 1995년에 암살되었다. 원래 평화의 길은 멀고 험하지만, 전쟁의 길은 가깝고 쉬운 법이다. 팔레스타인에도 그리고 이스라엘에도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자들이 많다. 그런 자들에게 오슬로 합의는 청천벽력같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온건파들은 중동의 평화라는 기적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온 세상을 놀라게 한 오슬로 합의가 이루어진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오슬로 합의가 중요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이미 양측이 오슬로 합의로 인해 평화의 달콤한 맛을 보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누구나 한 번 평화의 맛을 보면 다시 전쟁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중동 지역에 평화의 싹이 쑥쑥 자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런 나이브한 낙관론을 정면으로 비웃듯이 팔레스타인에 의한 잔인한 테러가 일어났다. 가자 지구를 사실상 통치해온 극단적 테러단체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여 1,200여명의 민간인들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하는 끔찍한 테러를 저질렀다. 이 충격적인 사건 이후 이스라엘군은 보복으로 가자 지구를 침공하고 지금까지 양측은 가자 지역에서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
이로써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오슬로 합의는 비극적으로 끝났다. 그리고 아라파트 수반과 라빈 총리가 목숨을 걸고 이룩하려던 평화의 바탕도 송두리채 무너져버렸다. 평화공존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져버렸고 오늘날 가자 지구는 지옥도를 방불케하는 곳으로 변해 버렸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테러는 세상에는 평화보다 전쟁을 더 좋아하는 자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자들에게 자비와 관용을 베푸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다. 오슬로 합의 실패 오슬로 합의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