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가는 진영에서 느끼는 감상

김문수후보
김문수후보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기습을 당한 조선은 지상전에서 연전연패하여 마침내 수도 한양을 내어주게 되었다. 임금 선조는 명나라와의 국경인 의주까지 피란했다. 어쩌면 나라가 망할 지도 모르는 절대절명의 위기였다. 이 때, 선조의 복잡한 심경을 다룬 시 용만서사 (龍灣書事)가 남아 있다. 그 시의 일부분은 다음과 같다.

慟哭關山月(통곡관산월) 슬피 울며 국경의 달을 보며 

傷心鴨水風(상심압수풍) 압록강 강바람에 마음이 아프구나.

朝臣今日後(조신금일후) 너희 신하들은 오늘 이후에도

尙可更西東(상가갱서동) 또 다시 동인, 서인 하며 싸우려 하느냐.

일본에서는 그동안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경쟁 관계에 있던 동일본의 거물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비롯한 많은 다이묘들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충성을 다하여 일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로써 히데요시는 후방 기습의 걱정없이 임진왜란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

하지만 조선의 상황은 달랐다. 조정에서 동인과 서인으로 편을 갈라 싸우다 전란을 맞아 나라가 망할 지경인데도, 조선의 중신들은 단결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피란지에서조차 그들은 나라가 망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을 무시하고 그저 자기 이익 챙기기에 더 급급했던 모양이다.

현재 민주당 후보가 더 우세하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국민의 힘 내분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당의 유력 인사들중 상당수는 그저 구경만 하고 있다.  지금 국민의 힘 선대위를 흔드는 자들에게는 당의 선거 따위보다는 자기 이익 챙기기가 더 급한 모양이다.

심지어 지금 우파의 형세가 기울자 그동안 당에 기생해서 단물을 빨던 자들 중에 한 둘씩 탈주하여 적진에 투항하는 자들조차 나오고 있다. 이들 중에는 새로운 주인에게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지금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김문수씨의 등에 칼을 꽂는 자들조차 있는 형편이다.

적 앞에서 분열하는 측이 불리한 것은 임진왜란 때나 지금의 대선에서나 변함없는 사실이다. 임진왜란 때는 그 처참한 상황에서도, 이기고 있는 왜군쪽에 붙어 조선을 배신한 조선의 양반은 “전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임진왜란 때 조선의 양반들이 아무리 무능하고 부패했었다 하더라도 지금 민주당의 끄트머리라도 잡으려는 우파의 배신자들보다는 나았던 모양이다.

이토록 웃기는 대선판에서 적진으로 도주하는 자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마도 침몰하는 타이타닉의 갑판에서 우왕좌왕하는 쥐떼들을 보는 기분이 이런 것이었으리라. 어쨌든 갑자기 지금까지와는 반대쪽으로 열심히 뛰어다니는 그들의 앞날에도 행운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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