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극작가 제임스 베리 (Sir James Matthew Barrie)는 1904년 12월 27일 인류 역사에 남을 명작을 런던의 ‘요크공작극장’에서 처음 상연했다. 그 연극의 이름은 “피터 팬 (Peter Pan)”이었다.
피터팬은 멀리 모험의 “네버랜드”로 떠나는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화이지만, 사실 여기에는 놀라울 만큼의 시대 정신이 담겨져 있다. 이 이야기에는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 후크 선장을 비롯한 해적들, 인디언들, 악어와 같은 동물들, 그리고 집을 잃은 아이들, 이런 그룹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물론 지금부터 백 년도 이전의 이야기이므로 피터팬에는 인종 차별적이고 남성 쇼비니즘이 듬뿍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지금의 잣대로만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은 일인 듯하다.
특히 피터팬을 따르는 아이들을 보면 모두 부모를 앓은 아이들이다. 이 것은 그 당시 영국에서 영아 유괴가 상당히 성행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인 듯하다. 어린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비통한 마음을 안고 평생 고통속에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저 멀리 어딘 가에 있는 “네버랜드”에서 그 아이가 나름 즐겁게 친구들과 살아간다는 희망적인 말을 부모들에게 해 주었다. 비록 그 이야기가 지어낸 거짓말임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조금이나마 부모들의 위안이 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면에서 피터팬은 영아 유괴의 무서운 현실을 배경에 깔고 있는 비극적 스토리로 보인다.